아홉 수의 뉘앙스
지난해 <엘르> 창간 28주년 기념으로 시작한 뮤직 프로젝트 ‘리커넥트’ 영상 인터뷰 촬영 때가 가끔 기억납니다. 특히 “내년이 아홉 수인데 망하지 않고 이겨 내기를 부탁 드립니다”라고 했던 우리의 뮤직 디렉터 코드 쿤스트의 말이요. 이야기꾼들은 의인화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음악적 이야기꾼인 그가 그랬습니다. 덕분에 ‘엘르’라는 한 여성의 인생 그래프가 선명하게 그려지더군요. 덕분에 ‘망하지 않고 이겨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기도 했고요. 코쿤이 예견한 대로 <엘르>의 아홉 수는 꽤 파란만장했습니다. ‘코시국’ 규칙을 완강하게 지켜내면서, 패션 매거진이라는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우리의 행보는 고군분투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2021년은 “<엘르>는 잘 되잖아요”라는 이야기를 유독 많이들었던 해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말하긴 좀 그렇지만( ) 종종 <엘르>가 잘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합니다. 물론 돌아오는 답은 한 가지인데 한 문장으로는 정의하기 힘들었다가 “<엘르>는 똘똘 뭉쳐서…